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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뺏긴 아이돌그룹… K팝 만의 '웃픈 현실'

글쓴이 황경숙 작성일 2018.12.28 16:05 조회수 1394 추천 0

세계일보 이복진 기자 2018-12-02

 

지난 10월 13일과 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일대가 마구 들썩였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인 H.O.T.가 17년 만에 뭉쳐 콘서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H.O.T.’란 글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포스터와 무대에서도 ‘H.O.T.’는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H.O.T.’의 모양을 본떠 만든 로고도 가운데가 비어 있었다. 이날 판매된 공식 굿즈(기획상품)에는 ‘H.O.T.’ 대신 풀네임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가 들어갔다. 콘서트 또한 ‘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라는 이름 아래 진행됐다.

H.O.T.가 자신들의 콘서트에서 그룹명인 ‘H.O.T.’를 사용하지 못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H.O.T.’ 상표권 및 서비스권을 갖고 있는 씽엔터테인먼트 김경욱 대표가 사용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H.O.T. 멤버들을 캐스팅하고 키워낸 연예기획자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그는 지난 9월 23일 공연기획사에 상표권과 관련된 로열티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연기획사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H.O.T.는 ‘High-five Of Teenagers’라는 명칭으로 이날 무대를 꾸몄다. 문제는 ‘High-five Of Teenagers’ 또한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김 대표가 지난 9월 18일 특허청에 ‘High-five Of Teenagers’의 상표권 등록을 출원했다. 특허청에서 받아들일 경우 H.O.T.는 ‘H.O.T.’에 이어 ‘High-five Of Teenagers’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9년차 보이그룹이자 1년차 보이그룹인 ‘Highlight’(하이라이트)도 같은 처지다.

‘BEAST’(비스트)는 2009년 EP 앨범 ‘Beast Is The B2ST’(비스트 이즈 더 비스트)로 데뷔했다. 하지만 2016년 11월 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BEAST’란 이름으로 상표권을 등록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 전속계약이 만료된 5명(윤두준·용준형·양요섭·이기광·손동운)은 큐브를 나와 활동할 예정이었다. 큐브는 이들이 ‘BEAST’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상표권 등록을 했다. 이어 BEAST의 멤버인 장현승을 중심으로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된 보이그룹을 꾸린다고 발표했다. 결국 5명은 기획사를 떠났고, 비스트가 아닌 ‘Highlight’란 이름으로 지난 3월 데뷔 앨범 ‘CAN YOU FEEL IT?’(캔 유 필 잇?)을 발표했다.

국내 최장수 보이그룹 ‘신화’와 걸그룹 ‘T-ARA’(티아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신화’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신화’란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신화’ 상표권을 양도받은 준미디어가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멤버들은 준미디어를 상대로 2012년 상표권 양도 소송을 제기, 2015년 조정을 통해 상표권을 돌려받았다. 신화는 이 기간 동안 발표한 11집과 12집 앨범에 ‘신화’라는 이름을 쓰지 못했다. 2011년에 설립한 ‘신화컴퍼니’도 사명을 ‘신??라’의 전 기획사 MBK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계약만료 3일 전인 12월 28일 ‘티아라 T-ARA’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에 은정, 지현, 효민, 큐리는 특허청에 “MBK의 상표 등록이 거절돼야 한다”는 정보제출서를 냈다. 특허청은 지난 10월 22일에 상표 등록 거절 결정을 내렸다. ‘티아라’란 이름에 상표권이 설정되지 않아 멤버들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획사들은 자신들이 아이돌 멤버들을 발굴하고 데뷔시켰기 때문에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이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일반인이던 멤버들을 발굴해, 팀을 짜주고 가수로 데뷔시킨 것은 모두 기획사에서 한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투자되었고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들었기 때문에 상표권은 당연히 기획사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권한 요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고정민 교수(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는 “법적으로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특히 아이돌의 경우 멤버들이 곧 그룹이라는 인식이 각인돼 있기 때문에 팬들이나 대중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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