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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이야기] 소프트웨어 특허 단상

글쓴이 유진태 작성일 2015.09.16 08:22 조회수 1652 추천 0

삼성과 애플 간 특허 분쟁이 당초 1차 소송에서 1조 원이 넘는 거액의 손해배상액이 판결되면서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근 일부 특허의 무효 등으로 배상액이 줄어든 것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사건은 특허가 국제 무대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예다. 애플의 특허 중에는 디자인권 외에도 '바운스 백'(스크롤 시 경계 부분에서 반대로 튕기는 기능), '핀치 투 줌'(두 손가락을 벌려 화면을 확대하는 기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삼성에게 통신 특허 등 표준기술 외에 주요 소프트웨어 특허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애플에게 다소 유리한 구도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 특허법 상으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다. 특허를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 '물건' 혹은 '물건의 제조 방법'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형체가 없는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이 저장된 저장 매체' 형태로 특허를 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기술이 하드웨어와 별개로 보호받기 어려운 구조다. 자연히 국내 기업의 특허 전략도 하드웨어 기술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소프트웨어 보호에 사각 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스마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프트웨어가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비중이 크게 늘었으나, 현행법상으로는 CD나 DVD에 저장하여 판매하면 특허 침해로 보호를 받는 반면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기술 침해는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같은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프로그램의 온라인 전송도 특허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법 개정안이 최근에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 중이나, '프로그램이 어떻게 물건이냐'하는 추상적 논의에 가로막혀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디지털 시대 이전에 만들어져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시대의 법 논리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이 22.2%임에 비하여 소프트웨어 산업의 부가가치율은 55.9%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제조업에서 IT산업으로 중심이 이동한 시대인 만큼 법도 이를 반영하여 개정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전송까지 포함하여 제3자가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해당 기술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판매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이고 우리나라 같은 추격자의 입장은 다르다는 의견도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미 IT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입지를 점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올바른 지식재산권 보호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샤오미와 같이 재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의 추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IT 강국의 이름에 걸맞은 법제도 개편이 절실한 시점이다.

장완호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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