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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국가품격

글쓴이 김현범 작성일 2008.02.11 00:00 조회수 2611 추천 0 스크랩 0
디자인과 국가품격  [매일경제] 208.2.11. 이병문 과학기술부 차장 핀란드에서 1년쯤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귀국했을 때 첫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저녁쯤 도착해 집에 들어서는데 눈부신 조명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북유럽은 눈 오는 겨울철 밤이 길지만 대체로 집안 전등을 40W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밤이면 휘황찬란한 간판과 대낮 같은 밤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 초창기 북유럽 생활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를 통해 그 연유를 알게 됐다. 이유 중 하나는 남을 배려한 `프라이버시 존중`에 있었다. 부부와 자녀가 집 안에 함께 있을 때 조명이 너무 밝으면 서로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가족이지만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편안히 누워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독서를 하는 사람은 별도로 밝은 조명을 켜고 책을 본다. 북유럽의 잔잔한 조명문화는 식당과 공공장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거실 한가운데 매달려 집안 곳곳을 비추는 조명은 가족 사생활은 물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가 없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낮같이 밝은 조명은 옆 사람 얼굴이 다 보이고 말소리까지 다 들려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 나아가 늦은 밤이지만 대낮 같은 왕성한 혈기(?)를 자랑하며 목청을 높이고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조명은 사람 인성을 결정한다. 은은한 조명은 사람 마음을 진정시키고 착하게 만든다. 남을 배려하고 착한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이것은 곧 사회와 국가 품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조명이 사회를 바꾸고 국가를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품격 있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집안 분위기에 맞는 조명과 인테리어, 초대한 손님 취향에 맞는 음식과 그 음식을 담는 품격 있는 식기, 테이블에 맞는 대화와 집안에 흐르는 음악 역시 모두 디자인 범주에 속한다. 돈이 풍족하지 않아도 발상 전환만 하면 얼마든지 `리빙 인 디자인(living in design)`을 할 수 있다. 스웨덴의 디자인 아버지로 통하는 빅터 파파네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진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라고 말한 바 있다. 디자인은 삶 속에 녹아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얘기다. 유럽 각국 시청이나 공공기관들은 디자이너를 채용해 플래너(planner)로 활용하고 있다. 아름답고 질서 있는 도시,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위해 디자이너가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정치권이 디자인을 논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모든 지자체가 디자인 전문부서를 신설하고 있다. 바야흐로 디자인이 한국에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디자인은 사람이 하지만 그 디자인은 또다시 사람을 디자인한다.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와 간판, 아름답게 지어진 집은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심성을 곱고 품격 있게 만들어준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멋과 여유를 알았던 민족이었지만 최근 몇 십 년 동안 치열한 경쟁에 밀려 `삶의 디자인`을 잊고 살았다. 시내 어디를 둘러봐도 시멘트 건물과 정신 산만한 간판, 제멋대로 심어진 가로수들이 가뜩이나 짜증나는 삶을 더욱 슬프게 한다. 집문만 열고 나서면 고풍스러운 박물관과 심미안을 길러주는 수많은 전시회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유럽과는 대조적이다. 과연 어디에서 사는 국민이 인성 올바른 글로벌 신사가 되겠는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말과 행동이 거칠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면 `왕따`를 당하듯이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지만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가. 디자인 경쟁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디자인 혁신` 바람도 이젠 정부와 지자체, 우리 가정에 거세게 불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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