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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전에도 짝퉁 상품이 골칫거리였어요”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08.03.14 00:00 조회수 2739 추천 0 스크랩 0
“90년 전에도 짝퉁 상품이 골칫거리였어요” [중앙일보 2008. 3. 14] 한국 최초의 화장품인 박가분(朴家粉)도 ‘짝퉁’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한자의 일부분을 교묘히 바꾼 촌가분(村家粉)이 그 모조품이다. 1916년 포목점인 박승직 상점(두산그룹의 모태)에서 첫 선을 보인 박가분이 얼마나 큰 인기를 모았는지를 새삼 확인해주는 사례다. 박암종 선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52·사진)가 14일 개관하는 ‘근현대 디자인 박물관’에는 이 두 제품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모란꽃 무늬가 촘촘히 박힌 화려한 종이상자와 상표 디자인이 아주 흡사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지인이 박가분(朴家粉)을 갖고 있기에 오랫동안 설득해서 어렵게 손에 넣었죠. 그런데 같은 것이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나와있기에 바로 사들였죠. 그런데 배송을 받아보니 촌가분이더라고요. 아마도 한국 최초의 모조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홍익대 인근에 문을 여는 이 박물관에는 한국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1600여 점의 전시품이 관람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박 교수가 20여 년간 다리품을 팔고 자비를 털어 수집한 것이다. 한국 최초의 진공관 라디오에서 만화잡지 보물섬 창간호, 대한제국 황실 사진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개관 기념으로는 여성모델이 등장한 20-40년대 상업 광고 포스터 20여 점을 골라 4월 18일까지 ‘봄바람에 실려온 여인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특별 전시한다. 서정주의 시 ‘동천(冬天)’의 모델이었을지도 모르는 ‘초승달 같은 고운 눈썹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조선여성들이 포스터 전면에 등장한다. 일제 시대에 여성 모델을 기용해 만든 광고 포스터. 무용가 최승희가 위장약 광고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上>. 어느 쪽이 진짜일까? 왼쪽이 20세기 초에 나온 한국 최초의 화장품 박가분(朴家粉)이고 오른쪽이 모조품인 촌가분(村家粉). 모두 박암종 교수의 수집품이다<下>. “자세히 보니 눈을 내리깔거나 얼굴을 비스듬히 돌리고 저고리 고름을 살짝 쥐는 등 포즈에 몇 가지 원칙이 있더라고요. 당시의 나름 ‘얼짱’ 각도였던 셈이죠.” 한국 무용사에 족적을 남긴 최승희가 모델로 등장한 위장약 광고 포스터도 있다. 그 중에서도 그가 특히 아끼는 것은 경성방직회사의 광목 광고다. “일제 강점기였다보니 일본어를 사용하거나 일본 문화의 영향이 엿보이는 포스터가 많은데, 경성방직회사의 것은 한글만 쓴 것은 물론 태극 문양도 있어요. 당시 기업인들의 민족의식을 엿볼 수 있죠.” 박교수가 수집에 몰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동안 소홀히 다뤘던 한국 디자인 역사를 새롭게 정립하고 싶다는 의욕이 그것이다. “한국 디자인의 역사는 불모지와도 같아요. 대학에서도 디자인 역사는 서양의 것에 치중해서 교육을 하고 있어요. 한국 디자인 역사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는데, 파고들면 들수록 우리의 것이 확실히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차지한 박물관을 돌다보니 이 많은 수집품을 어떻게 다 마련했을까 궁금해졌다. “인사동 고미술점은 물론,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부터 방방곡곡의 수집가들로부터 구입을 했습니다. 눈썰미가 모자랐던 초기에는 별로 값어치가 없는 물건을 비싸게 사기도 하면서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죠.” 전국을 돌며 물건을 찾아다니는 일도 잦았다. 그가 특별히 아끼는 한국 최초의 금성 진공관 라디오는 전북 김제의 은퇴한 의사의 다락방에서 나온 것을 입수했다. “이런 물건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냥 달려가는 거죠. 시간과 힘을 들여야 소중한 물건도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모은 수집품들을 디자인 학계와 일반인과 나누고 싶은 생각에 집도 정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박물관을 개관했다고 한다. “박물관이 디자인에 관심 있는 모든 이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디자인이란 건 곧 우리의 삶이거든요. 우리 생활 모든 것이 디자인이고, 따라서 우리의 과거를 아는 것??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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