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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서 (김 훈님의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중에서)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06.10.04 00:00 조회수 1834 추천 0 스크랩 0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입니다. 요즘 안팎으로 시절이 하수상하나 우리네 인생은 언제나 맥을 이어 흘러갑니다. 강물처럼 말이죠. 부디 편안한 시절이 계속되길 바라며.. 많은 분들이 보고픈 이, 그리운 산하를 찾아 출발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먼길 즐겁고 안전한 귀성길 바랍니다. 아래글은 제 고향 정경을 아름답게 묘사한 글입니다. 제겐 언제나 눈앞이 흐려지며 가슴이 훈훈해지는 글입니다. 즐감하세요. 관리자 드림 # 섬진강에서 --- 김 훈 섬진강 가장자리 얕은 물에서 반짝이던 은어의 떼들은 가을이 깊어지자 바다로 돌아갔다. 강물은 강바닥으로 잦아들면서 저 자신의 투명에 하늘의 투명함을 포개고 있다. 가을 강가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조차도 명석하게 서 있다. 끝없이 출렁거리면서 강을 따라오는 지리산의 봉우리들도 이제는 지난 여름의 그 푸르고 강성한 힘을 모두 버린다. 능선은 헐벗음 속으로 쓰러져가면서, 봉우리들은 투명한 강물 속에 거꾸로 들어앉아 있는 제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 화개동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골짜기의 대나무 숲은 모든 나무들이 헐벗은 가을에 오히려 푸르름의 기승을 부리며 점묘법의 동양화로 펼쳐져 있다. 같은 대나무가 사군자도 되고 죽창도 되고 화살도 되고 악기도 되는 역사의 무서움 속으로 맑은 가을 강은 흘러가고 있었다. 아마도 강물과 역사가 인간이 기댈 만한 위안과 힘이 되는 것은 그것들이 쉴 새 없이 흐르기 때문이리라. 그것들은 괴로운 과거와 절연하지 않고 늘 맥을 잇대어 흐르고 흘러서 사라지되 잇달아 당도하여 늘 새롭다. ( 김 훈의 문학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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