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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중대형 지진, 흔치 않은 일…활성단층 지도제작 시급하다” -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글쓴이 강민구 작성일 2016.09.26 09:24 조회수 2386 추천 0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특별 기고]“연쇄 중대형 지진, 흔치 않은 일…활성단층 지도제작 시급하다”

동아사이언스 | 입력 2016년 09월 20일 10:36 | 최종편집 2016년 09월 20일 11:53


     
지진에 빨간불 켜진 한반도 - 포커스뉴스 제공
지진에 빨간불 켜진 한반도 - 포커스뉴스 제공

9월 12일 저녁 8시 32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한반도 지진 기록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정부 지진 관측망이 기록을 시작한 1978년 이래 가장 큰 지진이었다. 이전 최대 지진이었던 1980년 평안북도 삭주의 규모 5.3 지진에 비해 6배 가량 컸다. 바로 앞서 발생한 규모 5.1 지진과 더불어 경주 일원에 크고 작은 피해를 발생시켰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
홍태경 연세대 교수

본진인 규모 5.8 지진이 일으킨 진동은 400여㎞ 떨어진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에서 감지됐다. 연달아 발생한 두 지진은 깊이 12㎞ 내외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동일 단층면에서 발생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300여회의 여진이 발생했고, 19일에는 규모 4.5의 비교적 강한 여진도 발생했다. 여진 발생 횟수가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본진의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적어도 수주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안심하기 이르다. 

 
●한반도 첫 연쇄 중대형 지진…지진빈발지역에서도 흔치 않은 일


경주 지진은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거의 수직하게 서 있는 단층면이 서로 비껴 지나가며 발달한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했다. 한반도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중대형 규모의 지진이 연달아 한 지역에서 발생한 적도 없다. 한반도에서 규모 5 이상의 두 지진이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사례는 처음이고, 게다가 1시간 내에 연거푸 발생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이런 연쇄 중대형 지진은 자주 지진이 일어나는 지역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연쇄 지진은 지각 내에 꾸준히 쌓인 응력의 연쇄적인 배출로 설명할 수 있다. 한반도 지각은 태평양판과 인도판의 충돌대로부터 유입돼 압축력이 꾸준히 누적되고 있고, 일부 지역은 지각이 견딜 수 있는 임계치에 근접한 상태에 있다.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은 큰 교란을 겪으며 임계 응력치에 근접했던 여러 지역들이 일시에 응력 임?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실제 동일본 대지진 후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중대형 지진도 연달아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정 지역에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2013년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인근 해역의 군집 지진이 좋은 예다. 그 동안 목격되지 않았던 사례들로 한반도의 급격한 지각 변형을 가리킨다.

 

●이례적으로 지표 파열 발견되지 않아 단층 확인 어려워


이번 지진은 경상도 일원에 걸쳐 발달한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했다. 경북 영덕에서 양산을 거쳐 부산에 이르기까지 총 연장 170여㎞의 양산단층은 지금까지도 활성 여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일고 있다.

 

양산단층대에는 수십여 개의 크고 작은 단층이 평행하게 발달해 있는데, 이번 지진이 어느 단층에서 발생했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중요한 포인트이다.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활성 여부가 자연스럽게 증명될 뿐 아니라, 향후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의 크기 역시 이 단층의 연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향후 한반도 주요 기간 사업 시설물에 대한 내진 설계 성능 설정 등에 점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표 파열이 보이지 않는 점도 이번 지진의 특징이다. 지진의 규모와 깊이가 비교적 얕은 판내 지진이라는 점과 주향이동 단층 지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표 파열이 발견되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지진을 유발한 주 단층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규모 5.8 지진의 경우, 8㎞ 내외의 지표 파열과 단층면 노출을 동반한다. 또한 지진을 유발한 단층면의 면적도 6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즉, 단층면의 수직방향의 길이가 5㎞라면 수평방향으로는 12㎞에 이른다는 뜻이다. 단층면의 정확한 규모와 구조는 여진의 분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의 여진 분석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절면 인접해 요행히 피해 적어…더 큰 지진 대비해야


이번 지진으로 여러 피해가 보고 되고 있지만, 지진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그나마 작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탈리아에선 8월 24일 중부 노르시아에서 발생한 규모 6.2의 정단층 지진으로 29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가 5㎞로 얕았고, 지표에 강한 지진동을 발생시킨 것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비해 경주지진은 규모가 컸음에도 지표 파열을 만들지 않고 지표 변위가 크지 않았다. 경주의 지표상의 위치가 단층면으로부터 지진파 에너지가 작게 나가는 축인 ‘절면(nodal plane)’에 인접한 것이 피해를 줄인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런 요행을 언제까지 바랄 수만은 없다. ‘삼국사기’를 보면 서기 779년에 발생한 경주 지진에 의해 100여명이 사망한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1024년과 1038년에 석가탑이 지진에 의해 붕괴돼 보수를 거친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지금보다 더 큰 지진이 이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면 경주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큰 피해를 입힌 지진이 발생했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동일본 대지진 후 한반도 여러 곳에 누적된 응력들이 배출되는 현상임을 감안할 때 또 다른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딱딱한 암반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 지각의 지질을 고려해 볼 때 강력한 지진동이 먼 거리까지 전파되고 피해가 광역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혹시 모를 재난에 맞설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잠재 지진을 파악하기 위해 활성단층 지도를 시급히 작성해야 한다. 지표 아래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은 단층이 존재할 수도 있다. 지표에 노출된 단층뿐 아니라 심부 조사도 함께 해야 한다. 양산 단층대에 대한 정밀 조사도 필요한데, 단층의 활성여부는 물론 분절화 여부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단층이 분절화 된 경우, 최대 발생 가능 지진의 규모 역시 분절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각 지역별로 예상되는 지진동 크기를 산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 작업을 통해 각 지역별로 요구되는 내진 성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tkh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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