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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집 짓기_목조주택

글쓴이 고동환 작성일 2016.01.28 16:32 조회수 2212 추천 1

지난달 처음 시작한 이 연재에서, 이지성 작가는 이현욱 소장에게 새로 지을 자신의 집 설계를 부탁했다. 아파트 한 채 값이면 더 큰 평수의 집을 지을 수 있고, 그 집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좋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집은 세 동(이지성 작가의 작업실 겸 사무실, 부부의 공간, 양가 부모님이 머물며 아이와 함께 지낼 공간)으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이번 달에는 집의 설계도와 모형이 완성됐다. 이지성 작가는 기존의 계획을 조금 수정해, 한 동만 짓고 나머지 두 동은 1~2년 후 천천히 짓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이달에는 이지성 작가와 이현욱 소장이 왜 목조건축을 선택했는지, 우리나라 콘크리트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간 우리가 목조주택에 대해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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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을 선택한 이유?
“우리나라 방사능 시멘트 때문”


이지성 작가가 집을 짓기로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배제한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에 들어가는 콘크리트는 절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1989년 이후 지어진 새 아파트에는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있다. 일본에서 수입해온 방사능 폐기물이 들어 있다는 것. 방사능 시멘트의 진실을 알자, 자연스레 그 대안은 목조주택이었다. 

 
목조건축으로 지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뭔가요?
 
이지성 처음에는 목조주택이 있는지도 몰랐고 생각도 안 했어요. ‘나무(로 만든)집’ 하면 영화에나 나오는 아주 옛날, 구식 건축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다 우연히 방사능 시멘트에 관한 글을 봤는데, 거기서 너무 충격을 받았죠. 1989년 이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시멘트 상당수는 일본 폐자재를 수입해서 만들었고,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는 후쿠시마 방사능 쓰레기를 가져와서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 환경부는 이런 시멘트 회사들에 자원 활용을 잘했다며 표창장을 주고 있다는 사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저도 조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결론은 우리나라 시멘트 상당수에 방사능 쓰레기가 들어갔다는 것, 그런 시멘트로 만든 아파트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피폭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우리 집을 봤더니 역시 시멘트인 거예요. 결혼 전에 부모님과 같이 살던 아파트를 작업실로도 사용했는데, 그때 처음 아토피가 생겼어요.
 
이현욱 새 아파트였나요?
 
이지성 지은 지 약 2년 된 아파트였죠. 그전까지 한 번도 피부에 트러블이 난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가렵더라고요. 그때 생긴 아토피가 지금도 두피와 신체 다른 부위에 남아 있어요. 그때는 (이유를) 몰랐어요. 나중에 방사능 시멘트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그 영향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집을 시멘트로 짓는다면 저처럼 피부가 건강한 사람도 아토피가 생기는데 피부가 약한 아내는 직방이겠구나, 아기에게도 굉장히 안 좋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대안을 찾다가 목조건축을 알게 됐어요. 이현욱 소장님이 우리나라 최초로 4층 목조주택을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소장님과 본격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이현욱 소장님은 땅콩집도 그렇고 목조건축 전문이죠?
 
이현욱 저도 제 집을 콘크리트로 지어본 적이 있어요. 근데 우리 딸이 아토피가 생겼어요. ‘어? 이게 아파트만 문제가 아니라 콘크리트 자체에 문제가 있구나.’ 깨닫고 공부하게 됐죠. 알아봤더니 1989년에 법이 바뀌어서 골재(모래, 자갈) 채취가 금지돼요. 아파트를 엄청 짓다 보니 강가의 모래를 퍼다 나르게 되고, 결국 자연이 파괴되니까 환경부가 채취를 금지시킨 거죠. 그랬더니 국토해양부가 난리가 난 거예요. 그럼 우린 뭘로 (아파트를) 짓느냐며…. 그 대안이 폐기물이에요.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의 합의로 ‘재활용? 좋네’ 하고요.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모래, 자갈 채취를 금지했는데, 그 대안이 방사능 폐기물이라고요?
 
이현욱 사실 건설업체가 친환경 시멘트를 사용하면 돼요. 근데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부담이 있으니까 (국토부와 환경부의) 합의하에 (방사능 폐기물을 시멘트에 섞어도 된다는 법이) 통과된 거예요. 그래서 1989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에는 다 문제가 있어요.
 
모래, 자갈을 대신할 게 그것밖에 없었나요?
 
이현욱 모래, 자갈을 대신할 다른 골재 채취에 들어가요. 우선 땅을 파요, 계속 파요, 아주 깊이요. 근데 땅은 파면 팔수록 라돈(강한 방사선을 내는 비활성 기체 원소. 높은 농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암, 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나와요. 근데 방법이 없는 거죠. 모래, 자갈을 못 쓰니까 산을 계속 파는 거예요. 결국 거기는 죽음의 계곡이 돼요. 폐광이 되는 거죠. 몽골도 선진국이 들어가서 땅을 엄청 파는 바람에 죽음의 계곡이 됐잖아요.
 
그럼 그 라돈이 나오는 시멘트(석회)로 아파트를 짓고요?
 
이현욱 그럼요. 1989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요.
 
이지성 <우리 집에 방사능이 나온다면>이라는 최병성 환경운동가의 기사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어요. ‘폐타이어, 폐고무, 소각재, 하수슬러지 등 온갖 쓰레기들이 시멘트 재료로 사용됩니다. 심지어 자동차 폐부동액과 대형 건물의 폐냉매도 시멘트에 들어갑니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쓰레기들과 석회석을 혼합하여 소각하고 난 재가 우리 집을 짓는 시멘트이지요.’
 
이현욱 시공업체, 레미콘 회사는 열을 내서 태우니까 나쁜 독소는 다 빠진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냐는 거죠. 하나의 덩어리가 돼서 레미콘으로 나오는 건데. 시민 단체가 시멘트 속 방사능 수치를 분석하면 엄청난 라돈이 나오는데, 국토해양부가 검토한 건 문제가 없어요. 너무 신기해.
 
이지성 그게 우리나라 현실이에요.
 
이현욱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 레미콘과 중국 레미콘으로 벽돌을 만들어서 각각 어항에 넣었어요. 중국 벽돌을 넣은 어항의 금붕어는 괜찮아요. 우리나라 벽돌을 넣은 어항의 금붕어는 내장이 다 터졌어요. 동영상이 다 있어요. 근데 국토해양부는 부정을 해요. 왜? 레미콘 회사, 대기업, 아파트 사업…. 이들이 엄청난 커넥션이 있거든??밖에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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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불에 탄다?
“시멘트, 철근보다 안전해”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도 목조만큼은 머뭇거린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불에 쉽게 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여기에 대한 이현욱 소장의 대답은 간단하다. “숭례문이 불에 탄 것 기억하시죠? 그게 바로 목조가 불에도 튼튼하다는 증거입니다. 무려 8시간이나 탔거든요.”

소장님이 목조건축을 배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건축시장 분위기가 어땠나요?
 
이현욱 교수님들이 “목조는 구시대적인 건축이다. 현대건축은 콘크리트다”라고 했어요. 근데 캐나다 대사관에 찾아가서 물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미국, 캐나다, 유럽은 아직도 목조건축을 하고 있다면서, 목조를 배우고 싶다고 한 한국인 건축가가 처음이라며 캐나다에 (유학을) 보내줬어요. 3년 동안 왔다 갔다 하며 캐나다의 목조건축 기술을 배웠죠.
 
목조건축 하면 화재에 대한 안전을 많이들 우려해요.
 
이현욱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모든 건축물은 다 타요. 한국 사람들이 콘크리트는 안 탄다고 생각해요. 근데 잘 탑니다. 그럼 (목조든 시멘트든)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리고 남대문이 홀라당 탔죠? 근데 8시간이나 탔어요. 목조라서 8시간 탄 거예요. 그게 스틸이었으면 30분 안에 무너졌고, 콘크리트였으면 2시간 안에 터졌어요. 8시간 탔다는 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살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선진국은 목조가 더 안전하다고 말해요.
 
이지성 저희도 화재를 가장 걱정했는데, 여러 가지 책이나 자료들을 보면 볼수록 목조가 안전하다는 걸 알았어요. 근데 영화에서 보면 불타는 건물은 꼭 다 목조야.(웃음) 어쨌든 선진국에서는 목조가 콘크리트보다 불에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어요. 저도 그전까지의 고정관념을 깼고요. 어떻게 보면 집은 우리가 사는 공간인데 여기에 대해 너무 모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현욱 저도 캐나다에 (목조건축을 공부하러) 가서 물어봤어요. 불나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쪽 사람들이 막 웃더라고요. ‘모든 건축물은 탄다’는 게 그들에게는 대전제예요. 불이 나면 탈출할 수 있게 오래 버텨주는 게 중요한 거지, 다른 게 무슨 의미냐는 거죠.
 
목조건축은 층간소음도 심하다고 하던데요?
 
이현욱 사실 아파트랑 똑같아요. 근데 워낙 우리나라가 층간소음에 관대하지 않은 나라예요. 층간소음 기준이 전 세계 1위거든요. 아파트에서만 살기 때문에 그래요.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아파트에 층간소음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인식해요. 감정적으로 이해를 해요. 그게 싫으면 단독주택으로 가요. 단독주택 시장이 있으니까요. 근데 우리는 아파트가 아니면 어딜 가겠어요? 거기가 최종 종착지인데. 그래서 칼부림이 나는 거예요. 꿈의 아파트를 어렵게 마련했는데?면 (층간소음 걱정 없는 곳으로) 가면 되는데, 대안이 없는 게 문제예요. 그래서 제가 땅콩집을 만든 거예요. 대안을 보여줘야 하니까.
 
목조주택의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이현욱 나무는 만지면 따뜻해요. 그 자체가 단열재예요. 당연히 난방비가 적게 나오고 건강에도 좋죠. 또 층별로 난방 조절을 하기 때문에 훨씬 절약이 돼요.
 
이지성 제가 이현욱 소장님을 선택한 이유가, 목조건축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특히 단열에 목숨 거는 분이라는 얘기를 들어서예요. 창만 크게 내고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만들면 나무의 단열 효과가 무용지물이라고 해요.
 
이현욱 지금 우리가 짓는 이 집은 예상 난방비가 한 달에 12만원이에요.
 
이지성 많은 분들이 집을 지으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오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게 더 경제적이라고 봐요.
 
목조주택의 수명은 어떤가요?
 
이현욱 목조주택이 콘크리트보다 더 오래가요. 왜? 콘크리트는 너무 딱딱하거든요. 벽 하나 철거할라치면 건물이 다 흔들려요. 그러다 보니까 아예 다 부수고 다시 지어야 되는데, 목조는 톱만 있으면 돼요. 구조 변경이 너무 쉽거든요. 집이라는 게 살면서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계속 고쳐나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미국 사람들이 자기 집(목조건물)을 평생 고치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유럽 등 외국을 가면 100년 넘은 집 중 콘크리트는 절대 존재하지 않아요.
 
시멘트보다 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나요?
 
이현욱 같은 건물을 짓는 데 목조가 2개월이라면 콘크리트는 5개월이 걸려요.
 
이지성 콘크리트는 부으면 금방 끝나는 거 아닌가요?
 
이현욱 양생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벽이 굳으려면 최소 1주일이 필요하고, 그 1주일이 지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죠. 그래서 현장이 되게 길어요.
 
이지성 공사비도 더 많이 들겠네요.
 
이현욱 그래서 결론적으로 봤을 때 아파트가 목조주택보다 더 비싸요. 원래 우리나라 시장은 목조가 더 비쌌어요. 자재가 수입산이라는 것만 놓고 보면 당연히 비싼 게 맞는데, 공사 기간이 짧기 때문에 그렇지도 않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목조 건축가들이 (오래 걸리는 시멘트 작업 현장처럼) 똑같이 5개월을 해요. 두 달이면 끝나는 걸 괜히 5개월을 작업하고 비싼 값을 불러요. 많은 목조 회사에서 저를 되게 싫어해요.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는데 어떤 놈이 나타나서 한 달 만에 (목조)집을 지었으니까요. 옛날에는 1년에 두 채만 지어도 먹고살았는데 지금은 열두 채를 지어야 먹고살아요. 열심히 하는 사람만 살아남는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사실 그게 합리적인 거예요.
 
이지성 왜 그렇게 건축가들이 소장님 욕을 많이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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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트렌드는 목조주택
“친환경도 교육이다”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혈안이다. 특히 도시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주범은 건물. 이 건물이 콘크리트로 지어졌다면 말할 것도 없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고층 목조건축 기술을 개발하는 데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친환경을 아직도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면 단단한 착각이고 실수다. 이지성 작가가 목조주택을 짓는 이유도 이것이 트렌드인 동시에 아이와 미래를 위한 단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적 이슈 때문에 요즘 선진국에서는 목조건축이 트렌드라고 하던데요.
 
이현욱 콘크리트는 엄청난 탄소를 배출해요. 산소, 물, 자재가 만나서 변형되고 굳으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세계 규약상 건물을 지을 때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어요. 중국은 가입을 포기했어요. 근데 목재는 탄소 배출량 제로를 인정해줘요. 나무 자체가 탄소를 먹고 산소를 배출하며 자라니까요. 원래는 목조를 지으면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게 맞는데, 아직은 그런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목조건축을 짓고 싶어도 관공서의 규제들이 많다면서요?
 
이현욱 우리나라는 4층까지밖에 못 지어요. 유럽은 그렇지 않거든요. 지금 영국과 캐나다가 30층에 도전하고 있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지금 짓는 콘크리트 빌딩을 20년 뒤에 철거하면 엄청난 폐기물이 되거든요. 영국이 그 폐기물을 버릴 데가 없다는 걸 안 거죠. 그래서 목조로 고층 건물을 짓는 기술을 연구해서 현재 그 기술이 나왔어요. 목조로 지은 건물은 나중에 부숴도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어요. 걔네들은 그걸 벌써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거죠.
 
이지성 작가님의 집 목재는 어떤 걸로 하게 되나요?
 
이현욱 구조재로 쓸 목재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소나무 계열이 강도가 좋아요. 곧게 자라고. 그 나무가 90%예요. 남부지방의 목재는 가구재가 많고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그 나무들이 없어요. 일본에 자라는 삼나무가 우리나라에도 자라지만 (일본산보다) 약하고요.
 
벽면이 전부 목조로 이루어지나요?
 
이현욱 디자인상 너무 나무 벽만 있으면 안 예쁘니까, 철제를 섞어서 하얀 벽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석고보드 같은 경우, 요즘 발암물질 얘기가 들리던데요?
 
이현욱 석고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인왕산 석고가 그래요. 인왕산 석고보드에 발암물질, 그러니까 라돈이 많이 나와요. 금지가 됐죠. 근데 인왕산의 광산은 여전히 장사가 잘돼요. 거기서 생산된 석고가 대기업 공장으로 들어간 게 카메라에 잡혔어요. 전에 에서 추적을 한 적이 있죠.
 
이지성 그럼 우리는 어떤 석고보드를 쓰나요? 프랑스산인가? (좌중 웃음)
 
이현욱 그래서 라돈 측정기를 샀어요. 해당 대기업이 ‘이건 절대 인왕산 석고를 쓴 게 아니다’라고 했는데, 라돈 측정기를 사용하니까 다 나오는 거예요. 재밌는 게 뭔지 아세요? 친환경 석고보드라고 표시해서 파는 것들이 그래요. 요즘 아토피 어쩌고 하면서 친환경 제품이 유행이잖아요. 가격은 두 배를 받는데 거기에서 라돈이 검출돼요. 저도 ‘에코’라고 쓰여진 석고보드를 사서 수치를 측정해봤더니 라돈이 나와서 반품했어요.
 
그럼 소비자들은 친환경 자재가 진짜 친환경이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이현욱 측정계를 사서 각자 측정하는 수밖에 없어요. 수치를 재서 높으면 반품.(좌중 허탈한 웃음)
 
이지성 그럼 우리가 사용할 친환경 시멘트는 외국 걸 사오는 건가요?
 
이현욱 아니요. 시멘트가 A~D로 종류가 나뉘어요. 표피에서 판 시멘트가 A라면 깊숙한 땅속에서 판 시멘트는 D죠. 우리나라 레미콘 공장에는 라돈 함유량이 높은 D만 들어가요. 싸니까요. 거기에 자갈과 모래 대신 폐자재를 섞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직접 모래와 A급 시멘트를 사서 같이 비비는 거예요.
 
이지성 친환경 집짓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네요.
 
비비는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이현욱 인력에 달렸죠. 레미콘이면 하루에 다 깔아요. 레미콘 차량을 열 대 보내달라고 하면 열 대가 와서 한 번에 부어버리니까 1시간 만에 끝나죠. 근데 저희는 1주일을 비벼야 돼요.(웃음)
 
직접 비비면 돈이 더 많이 들지 않나요?
 
이현욱 그게 더 싸요. 장비를 안 쓰잖아요. 1인에 5만원씩 20명이 비벼서 바닥을 바른 것과, 레미콘 차량이 와서 부어 만든 것과 비교해보자고요.
 
레미콘 차량을 부르는 것 자체가 돈이 많이 드나요?
 
이현욱 한 대에 5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요. 우리는 모래와 A급 시멘트를 직접 사기 때문에 아주 조금 더 비싸겠죠. 하지만 그 차이가 20%도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해요. 근데 건설사들은 (친환경 시멘트를 사용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 정부를 압박하죠. 아파트값 폭등한다고요.
 
애초에 아이를 위한 친환경 주택을 짓는 게 목표였으니, 시멘트를 비비는 작업이 그 첫걸음이 되겠네요.
 
이지성 어떤 사람은 레미콘 차 부르면 될 걸 굳이 시멘트를 비비냐고, 쇼라고 할지도 몰라요. 저도 처음엔 이런 (친환경 집짓기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어요. 근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황당함,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쉽게 말해서 정부와 건설사가 판을 짜놓고, 마치 우리는 그 안에 가축처럼 들어가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것처럼…. 작은 울타리만 넘으면 엄청난 목초지가 있고 산과 들이 있는데 마치 이게(아파트) 전부인 양요. 이 안에서 층간소음으로 칼부림하고 방사능 쐐가면서 살아왔는데, 저는 여기서 아이들을 생각한 거죠. 방사능 쓰레기로 만든 콘크리트로 전국이 도배가 되고 있는데, 그럼 이 피해를 누가 보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수습해야 되는 거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실현에 못 옮기는 것이 집짓기예요. 목조주택은 더 그렇죠.
 
이지성 여태까지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방사능 시멘트에 대한 기사가 꾸준히 보도됐지만, 결론은 ‘나쁘다’는 것으로 끝이었어요. 대안이 있어야 되는데 없잖아요.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그래서 우리더러 어쩌라는 거야?’거든요. 나쁜 건 알겠는데 대안이 없으니까 짜증은 나고, 결국 귀를 닫는 거예요. 그래서 소장님과 함께 ‘내가 한번 지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집 짓는 데 드는 비용이 아파트 한 채 값과 같아요. 그 값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적인 집을 만들어주자는 거예요. 제가 먼저 시작하면 저를 본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내서 시작할 수 있잖아요. 당장 아파트를 탈출할 순 없겠지만 10년 뒤에는 목조주택과 친환경 시멘트가 상식이 되는 시대가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아무도 성공할 줄 몰랐던 땅콩집이 이만큼 대중적으로 성장했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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