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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기술혁신 `자기 파괴`에서 시작한다

글쓴이 고동환 작성일 2015.05.05 21:39 조회수 1816 추천 1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요즘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미래 고객의 요구와 니즈를 채워줄 수 있을지, 잠재시장을 깨울 수 있을지, 혁신이 곧 성공일지 확신할 수가 없다. 지금이야 아이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세계 곳곳의 애플 매장 앞에 긴 줄이 형성되곤 하지만, 처음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에 이토록 깊이 스며들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스티브 잡스조차 아이팟의 성공 전에는 몇 번의 실패를 거쳤다.

그렇다고 혁신을 게을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학자인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이런 기술혁신은 기업가 정신의 원동력이다"라며 오로지 혁신을 통해서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돌아보면 글로벌 기업의 수장으로 단숨에 성공한 이들은 늘 세상을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애플이,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가, 페이스북이 그랬다. 그렇다면 연구개발 실패와 자원 낭비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진 연구자들은 기술 혁신의 지향점과 방법을 다시금 고심해야 하지 않을까. 시장과 기술의 불확실성에만 호소할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혁신 비결을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자신의 윈도우 버전을 지속적으로 파괴해 온 자기잠식(Cannibalization)에 있었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아직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과연 스티브 잡스의 후광 때문일까. 애플은 엠바크와 프라임센스라는 벤처기업을, 2014년에는 닥터 드레(Dr. Dre)의 비츠 일렉트로닉스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스티브 잡스는 영면에 들었으나, 그의 애플은 아직도 자신의 DNA를 부단히 새로운 DNA로 교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소비자로 하여금 익숙함 속에서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이다.

이는 혁신이 사람(소비자, 사용자)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새로운 요구나 니즈가 없는 에너지 분야에서 조차 사회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에 대한 고려 끝에 혁신적인 에너지 절약 기술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너지 절약을 불편하고 개인적인 희생이 필요한 것이라 여기며,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에너지 절약은 개인적인 이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ETRI 연구진은 여기에 착안,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고 에너지 절감량 만큼의 이득을 포인트나 인센티브로 되돌려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너지 절감 행위에 대한 효과적인 동기 부여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사용자는 간단하게 스마트폰에 전용 앱과 PC전용 SW를 실행하고, 앱은 사용자의 행동을 인지할 수 있다. 근무자가 자리를 떠날 때 개인 PC가 즉시 절전모드로 전환되고 모니터와 실내 조명의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며, 반대로 근무자가 자리로 돌아와서 착석하기 전에 미리 이전 상태로 복원된다. 이런 모든 과정을 사용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이뤄지게 했다. 기술 적용을 통한 파급 효과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부 연구진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적용해본 결과, 가시적인 에너지 절약 효과가 나타났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생활 반경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에너지 절약에 참여할 수 있다. 익숙함 속의 혁신인 것이다. 

이처럼 혁신을 위해서는 조금만 더, 이슈와 문제 해결의 이해당사자이자 최대수혜자인 사람에 대해고민해야 한다. 무작정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과 열정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해서, 현장의 산·학·연들은 자신의 기술을 딛고 도약해야 더 나은 기술을 만들 수 있음을 주지해야할 것이다. 자신의 기술을 스스로 부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혁신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흥남 ETRI 원장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50402100151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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