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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힘, 창의적 직관

글쓴이 이재욱 작성일 2016.02.12 08:30 조회수 2363 추천 0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힘, 창의적 직관

 

컴퓨터 IT 기술, 인공지능 등의 비약적인 발달로, 시장은 규모가 아닌 머리로 하는 싸움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기존 현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창의적 직관력이야말로 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창의적 직관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꿈과 편집광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엄청난 노력의 결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헐리우드 영화의 대부분은 35mm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되었다. 소니, 아리, 파나비전 등 굴지의 회사들이 만들어낸 디지털 카메라들이 있었지만, 대당 가격이 20만 달러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영상 품질은 영화를 찍기에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7년 짐 자나드는 레드(RED)라는 새로운 디지털 카메라를 소개했다. 4K급의 고화질 해상도를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20만 달러의 1/10 수준인 1만 7,500 달러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피터 잭슨, 제임스 카메론 등 유명 감독들이 자나드의 카메라에 매료되었다. 스파이더맨, 호빗과 같은 영화들이 레드로 간편히 촬영되었다. 이후 영화 산업의 디지털화는 급속도로 진전되기 시작했다. 카메라만 1천개 이상 수집할 정도로 카메라 광이었던 자나드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영화 수준의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칩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나드의 한 동료는 “그건 소니 같이 돈이 많은 기업에서나 개발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 했지만, 자나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과 불굴의 의지로 저렴하면서도 초고해상도의 카메라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오늘 날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일명 유니콘)만 150개(총 기업가치 5,16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유명 경영 컨설턴트인 리차드 도보스는 최근 ‘범상치 않은 변화(No Ordinary Disruption)’라는 책에서 컴퓨터 IT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의 비약적인 발달로 기업 경쟁에 있어서 자본(Capital)이나 노동(Labor)의 중요성은 점점 퇴색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제 유형의 부(富)보다는 무형의 부(富), 즉 지적 능력이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머리로 하는 싸움이 되어 가고 있으며, 기존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탁월한 창의적 직관력이야말로 경쟁력을 결정 짓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시장과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 직관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세간에 흔히 회자되는 이야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섬광처럼 번뜩이면서 떠오르는 것일까? 많은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그러한 마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꿈과 편집광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엄청난 집착적 노력의 결과다.

 

꿈, 창의적 직관의 기폭제

 

엘레노어 루즈벨트는 “자신의 꿈의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 대해 어떤 사람은 “약육강식의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참으로 한가로운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루즈벨트의 견해에 대체로 동의한다. 한 예로 ‘크리에이터 코드’의 저자인 에이미 윌킨스는 미국의 성공한 스타트업 200개를 조사한 후 “꿈을 품은 기업들이 성공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저 돈벌이가 아니라 꿈을 쫓을 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Value)를 시장에 만들어 내는 혁신자(Disruptor)가 될 가능성이 높다.

 

꿈을 쫓으려면 우선 자신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있으면 좋을텐데”와 같은 소망을 그리는 것에서부터 사람의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력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사람이 미래의 모든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는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자신이 바라는 미래상을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농경, 의료, 정보통신, 운송수단, 우주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가 바라는 미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예컨대 날씨에 관계없이 빌딩이나 지하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 적외선 또는 초음파 탐지기와 같은 곤충/동물들의 제 6의 감각을 인체에 이식하는 것, 실제 손과 발보다 뛰어난 의수·의족을 활용하는 것, 생각만으로 주변의 모든 기계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서울에서 LA까지 1시간에 가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화성에서 사는 것 등 미래상에 대한 크고 작은 꿈의 리스트는 끝이 없을 정도다. 꿈을 쫓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바라는 미래상을 그려 꿈의 방향성부터 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꿈에 대한 내적 확신이 필요하다. 이는 “이 길이 내가 가야 하는 길이구나”라는,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사명감과 만족감을 뜻한다. 고객을 위하는 것도 좋고 동료와 회사를 위하는 것도 좋고 나라를 위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난 진심으로 이 길을 원한다”라는 자신의 내적 확신이다. 그래야 내적 동기부여가 가능해 진다. 나의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은 사람들의 열정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실패하더라도 다시금 힘을 내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도록 만들어 준다. 심리학자인 윌리엄 글래서는 이를 긍정적인 중독(Positive Addiction)이라고도 표현했다. 예컨대 다이슨 청소기의 CEO인 제임스 다이슨은 “나는 매일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집진기 기반의 진공 청소기를 만들기까지 5년에 걸쳐 5천번 이상의 실패를 맛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누구든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5천번의 실패를 견디며 반복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이란, 어떻게 보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청소기에 완전히 ‘꽂혀’ 있었다. 실패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청소기에 매달렸다. 이러한 중독과도 같은 힘이 실패를 견디고 또 다시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내적 확신 없이 꿈을 따라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외적 보상이 아닌 내적 보상에 집중해야


지난 12월초 싸이는 강남 스타일 이후 3년 5개월만에 7집 앨범인 ‘칠집싸이다’를 발표했다. 발표회에서 싸이는 “정신을 차리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무엇이 싸이를 철들게 했는가’라는 제목의 한 기사는 강남 스타일의 세계적인 성공이 싸이를 오랜 시간 방황하게 만들었다고 전한다. 재미와 그 재미에 미치는 것을 평생 추구하면서 철드는 것을 거부해 왔다는 싸이는, 강남 스타일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가 오히려 자신을 옭아 매는 트랩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그는 “강남 스타일은 내게 가수로서 대단한 기쁨을 줬지만 작사가, 안무가로서는 굉장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얘보다 잘돼야 하고 얘랑 달라야 하기 때문이었다. 강남 스타일 이후 3년째 의도를 가지고 곡을 쓰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라며 바깥 세상을 신경쓰기 시작할 때의 어려움을 오롯이 표현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의 극작가이자 감독인 우디 앨런은 “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리석다… 나는 내 작품이 훌륭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싶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글을 쓸 때 나를 얼어붙게 만들?기부여 이론(Motivation Theories)에 따르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동인(動因)은 크게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의 두 가지로 나뉘어질 수 있다. 먼저 외적 보상이란 자신의 성취에 대해 돈, 권력, 명예, 칭찬과 인정 등 외부로부터 얻어지는 모든 심리적·물적 보상을 말한다. 외적 보상은 사람들로부터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는 효과적이다. 예컨대 A라는 특정 행동에 대해 보상을 주면 사람들은 A라는 행동을 더욱 많이 하게 된다. 그렇기에 체계화된 기계적·반복적인 업무가 중요한 경우에는 외적 보상을 통해 사람들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외적 보상은 새로운 발견을 통한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는 데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예로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인 샘 글럭스버그가 수행한 양초 문제 실험을 살펴 보자. 글럭스버그는 ‘창의적 사고의 필요성이 낮은 경우(문제 1)’와 ‘창의적 사고의 필요성이 높은 경우(문제 2)’의 양초 문제를 설계했다(<그림 1> 참고). 문제 1에서는 외적 보상이 성과를 높였다. 즉 보상금을 약속 받은 사람들이 문제를 빠르게 풀었다. 반면 문제 2에서는 외적 보상이 성과를 떨어뜨렸다. 보상금을 약속 받은 사람들은 조급하게 우왕좌왕하며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하바드 대학의 테레사 애머빌 교수는 “외적 보상은 열린 사고를 방해한다”라고 결론짓는다.

 

이러한 외적 보상의 한계 속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내적 보상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내적 보상은 일 자체를 할 때 얻는 즐거움, 열정, 성취감과 같은 내적 만족감을 뜻한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그의 책 ‘드라이브’에서 “내적 보상에 집중할 때 새로운 미래를 여는 창의적 사고의 발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상당히 시니컬한 반응을 보인다. “수시로 평가 받고 언제 퇴직할지 모르는데 무슨 열정이냐”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는 내적 보상을 결정 짓는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할 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반응이다. 내적 만족감은 첫째, 환경에 의해 결정되고 둘째, 개인의 성격(Personality)에 의해 결정된다. 평가와 같은 환경의 중요성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꿈과 열정에 집중하겠다는 자유의지에 따른 의사결정권이 본인 자신에게 있다는 것 역시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마법은 없다, 인내와 절제의 몰입 필요

 

탁월한 창의적 직관을 보여주는 사람치고 자신의 일에 미친 듯이 몰입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엘론 머스크,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사업의 경쟁 구도를 뒤흔드는 유명한 리더들치고 자신의 일에 미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에 대해 인텔의 전임 회장이자 고문인 앤디 그로브는 “편집광들만 살아 남는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전에 없던 새로운 시각과 기술로 시장 판도를 뒤집는 사람들이, 기존의 방어적인 플레이어들에 비해 더욱 공격적이고도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사실은 당연하기까지 하다. 많은 사람들이 ‘천재’와 같은 표현을 좋아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IQ 등의 지적 능력보다는 한 눈 팔지 않는 몰입이 창의적 사고 발휘에 더 중요하다. 행운조차도 노력하는 사람의 것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몰입은 무엇보다 인내를 필요로 한다. 흔히들 몰입이라고 하면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작업으로 생각하곤 한다. 즉 정신적으로 고양된 상태에서 신들린 듯이 수행하는 작업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는 않다. 몰입은 지겨운 작업이 될 수 있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있거라’의 마지막 장면을 39번 고쳐 썼다. 히치콕은 영화 싸이코의 샤워신을 78번 다시 찍었다. 라이트 형제는 첫 비행에 성공하기까지 1천 번 이상의 비슷한 실험들을 반복했다. 스탠포드 비즈니스 매가진은 성공한 기업가들과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성공은 끊임없는 반복(Constant Reiteration)에서 나온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지겨운 반복이라는 고통을 견뎌낸 사람이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또한 효과적인 몰입을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 즉 지혜로운 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절한 일의 구조(Work Structure)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한 예로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지난 8월 “우리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남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골자는 수익 사업인 인터넷 검색 사업과 실험적 성격의 신사업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페이지는 일상(Operation)이 되어 버린 수익 사업을 순다르 페차이에게 전격 위임함으로써,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업을 이끌겠다는 자신의 꿈을 다시금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그림2> 참고). 또한 지혜로운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거절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래야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때로는 아주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요청도 거절해야 한다. 소설가 찰스 디킨즈는 “‘30분이면 돼,’ ‘한나절이면 돼,’ ‘저녁 때 잠깐이면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딱 정해진 5분에만 신경 쓰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어떤 일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때로는 하루 종일 신경을 쓰게 된다”라고 말한다. 물론 거절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 있다. 관계 구축이 중요한 조직이나 업무에 몸담고 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때로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으려면 미움을 받더라도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경영학 분야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가 “내 경험상 탁월한 생산성의 비결은 나의 일과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돕는데 시간을 쓰지 않고, 신이 잘 하도록 정해주신 나의 일에 나의 시간을 전부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내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증거를 토대로 한 협력자 포섭

 

꿈을 이루기 위해 집착한다는 것은 일 자체에만 몰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 자체에만 몰입하여 성공할 수 있다면 세상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홍보하고 협력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 모으는 것도 포함된다. 처음 시작은 혼자서 작게 시작할 수도 있지만 아이디어와 사업의 지평을 넓힐 수록 투자가, 주주, 협력체, 동료, 직원 등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는 협력자를 얻기란 어렵다. 과거 사례들에 비추어 봤을 때 전에 없던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첫 반응은 찬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오히려 비웃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예로 의료계에서 암 치료와 관련하여 ‘신생 혈관 생성 이론(Angiogenesis)’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를 보자. 주창자인 미국 외과의사 주다 포크먼이 이론을 처음 발표했을 때 대부분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그의 이론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포크먼은 소속 병원에서 연봉의 절반을 삭감 당했고 수술을 집도하는 것도 금지 당했다. 예일대학의 한 교수는 그를 미치광이 사기꾼이라고 불렀고, 그가 강연할 차례가 되면 모든 청중들이 강의실을 떠났다. 가장 긍정적인 반응이 무관심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실험에 성공하고 나서야 그의 존재와 이론은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제 포크먼은 천재로 칭송 받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며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지?? 법이다. 오랜 친구나 동료, 상사 등 깊은 관계를 나누어 온 사람들은 관계에 기반해서 지지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마땅한 증거(Evidence)가 없다면 그러한 지지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한 과학자의 말처럼 비범한 주장은 비범한 증거를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중의 하나인 테라노스 예를 보자. 2003년 엘리자베스 홈즈가 설립한 테라노스는 그 동안 4억 달러를 펀딩 받았고 기업 가치만 90억 달러에 달한다. 테라노스는 “피 몇 방울로 질병 240가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비범한 주장으로 주목을 받아온 회사다. 최근 테라노스는 자신들의 기술에 대한 증거 제시가 부족하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라노스는 에디슨이라는 기기를 개발하여 2013년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기록적인 펀딩을 받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테라노스는 지금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홈즈는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싶어하지만 사람들은 증거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래지향적이며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꿈을 아무리 모든 열정을 다해 쫓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납득할 만한 증거가 결여되면 사람들은 쉽게 협조자가 되어 주지 않는다. 협조해 주더라도 잠시 잠깐일 가능성이 크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반짝 직관을 경계해야


꿈을 쫓아가다 보면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번뜩이는 영감을 기대하고 반기지만, 오히려 이런 순간에 경계의 눈초리로 자신의 생각을 점검해야 한다.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반짝 떠오르는 직관은 자신의 오랜 과거 경험과 습관의 결과일 수 있다. 사람들의 직관적 사고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사람들은 먼저 패턴 인지형 직관(Pattern Recognition Intuition, 이후 P직관)을 사용한다. 과거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된 여러 가지 문제 해결 패턴 중 가장 적합한 하나가 즉각적이고도 자동적으로 제시된다. 체스 대회 챔피언이 짧은 시간에 ‘신의 한 수’를 찾는 원리다. P직관으로 답을 찾는데 실패하면 사람들은 그때서야 창의적 직관(Creative Intuition, 이후 C직관)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C직관은 하나의 생각이 다른 수많은 생각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자극하는 연상 작용을 통해 나온다. 돌멩이 하나를 연못에 던졌을 때 물결의 파문이 퍼지는 것처럼, 크고 작은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져나가고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퍼즐의 그림이 짜맞추어 진다. 본인 스스로도 생각지 못했던 그림이 맞추어져 깜짝 놀라기도 하고 진귀한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쁜 마음이 넘쳐난다. 이러한 P직관과 C직관 중 사람들에게 순간순간 떠오르는 반짝 직관의 대부분은 P직관이다. 사람들은 쉽고 편안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P직관을 사용한다. 하지만 P직관은 본질적으로 과거에 묶여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한 과거 지식과 경험들을 반사적으로 조합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 구조가 잘 바뀌지도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반짝 떠오르는 생각에 “이것이 답”이라고 속단하기에 앞서 우선은 자신의 생각을 경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반짝 직관을 주의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의 인지적인 오류 때문이다. 이는 의사결정을 하는 가운데 무심결에 저지르는 판단상의 실수다. 예컨대 체력이 판단 능력을 흐려 놓기도 하는데, 피곤할 때와 피곤하지 않을 때 결정이 달라진다. 피곤할수록 사람들은 편의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또 무의식이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하며, 심지어 사람들은 동일한 내용이라도 큰 활자체로 보기 쉽게 쓴 글을 작은 활자체로 쓴 글보다 더 신뢰한다. 2002년 노벨상 수상자인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네만 박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합리적이라 믿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경우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신만의 감을 믿고 결행에 옮기려 하기 보다, 회의나 토론을 통해 인지적 오류 관점에서 사안들을 논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꿈을 꾸고 몰입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사춘기적인 낭만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과 경쟁의 판도를 바꾸는 진정한 혁신은 항상 꿈에서부터 출발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상상력(Imagination)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꿈은 누군가가 대신 꾸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즉 현실에 안주하는 것도, 꿈을 그리며 혁신에 목숨을 걸어 보는 것도 각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오늘 날 조직과 세상이 필요로 하는 혁신적인 리더는 평가나 퇴직 등 외부 환경적인 이유에 약해지기 보다, 담대하고 끈기 있게 꿈을 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끝>

 

출처 : 황인경 책임연구원, sarah@lgeri.com, LG경제연구원

URL : http://www.lgeri.com/management/strategy/article.asp?grouping=01020100&seq=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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