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관리제도 연구회

당신이 한 기업의 CEO라 치자. 현재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유가, 환율 등 대외 경제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무언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은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방향을 정한 다음 필요한 것은 뭘까. 바로 이런 비전과 전략을 점검할 수 있는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이 둘을 한 번에 해결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BSC(Balanced Scorecard)가 바로 그런 시스템이다. BSC는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조직 내외부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재구성해 전체 조직이 목표달성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도록 하는 전략경영시스템으로, 지난 92년 하버드대의 로버트 카플란 교수와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노턴 박사가 공동 개발했다. 미국의 격주간지 포춘이 선정한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80%가 BSC를 채택했고, 국내에는 98년 무렵부터 대기업과 정부부처, 공기업을 중심으로 성과 향상 및 평가시스템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왜 BSC가 이처럼 각광을 받을까. 일단 BSC로 인해 효율성 및 생산성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기존에 성과관리를 안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뭘까. 한창훈 딜로이트컨설팅 이사는 “기본적으로 성과관리는 사람을 움직이는 도구다. 다른 성과관리기법과 가장 큰 차이점은 BSC는 전략과 연계된 성과를 균형있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 성과뿐 아니라 장기 성과 역시 관리한다. 또 전략 달성에는 비재무적 요소의 기여도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BSC는 무형의 서비스도 객관적인 지표로 만들어 균형있게 성과관리를 한다. 기존에는 수치로 쉽게 환산되는 재무적 요인만으로 성과를 측정했다. 그러다보니 미래의 성장성을 분석하기 어려웠다. 현재 국내 기업이 이를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 정착된 것은 아니다. 이들 가운데서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이 있다. 새로운 전략경영 툴로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이들로부터 BSC 성공 조건을 찾아봤다. ■ LG필립스LCD, 의사소통에 주력 ■ 경상북도 구미시 시미동에 위치한 LG필립스LCD(LPL) 6세대 공장에는 ‘세계 1등 기업’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특히 공장 굴뚝에 새겨진 ‘확실히 1등 합시다’ 슬로건에는 세계 1위에 대한 의지가 집약돼 있다. LPL은 지난 99년 필립스전자와 합작한 이후 ‘세계 1위 LCD기업’이라는 비전과 경쟁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2001년부터 BSC를 도입했다. 특히 구본준 부회장과 론 위라하디락사 사장은 BSC시스템의 마니아들. 구 부회장은 BSC가 자신의 경영 철학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 LPL은 BSC를 도입하면서 단기 성과형 통제 조직에서 장기 성과형 전략조직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후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것. 즉, 전사적인 차원에서 비전과 전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LPL은 2004년부터 고도화 작업을 추진한다. 이때부터 BSC 명칭을 SPMS(전략적 성과경영시스템)로 교체했다. LPL은 이를 각 조직별 월례조회 때 결과를 공유케 해 확실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정착시켰다. 최고경영진은 월요 간담회 및 전략경영 회의를 통해 모니터링 결과와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전략에 대해 점검하고 해당 조직구성원들에게 통보한다. 그러면 구성원은 이런 전략을 공유하도록 비전과 핵심가치를 보드로 제작해 모든 사무실과 로비에 비치했다. 옥용재 LPL 경영기획담당 관리팀 과장은 “전략을 스티커로 만들어 개인용 다이어리에 부착시키는 등 전략과 비전을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게 했다”고 말한다. 이후 성과는 어땠을까. LPL은 2001년 매출 2조원에서 지난해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LPL은 2003년에는 대형LCD시장에서 점유율 21.2%로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LCD산업 사이클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런 성과로 LPL은 올해 ‘BSC 명예의 전당상’(잠깐용어 참조)을 수상했다. ■ 코트라, 공기업 벤치마킹 사례 ■ 코트라(KOTRA)는 공기업 중 BSC를 도입해서 혁신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코트라는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을 비롯한 민간부문이 성장하면서 해외 조직망을 통한 정보제공 및 사업에 강점을 지닌 코트라의 필요성에 의구심이 들었던 것. 코트라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 수출과 투자 진흥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과 함께 BSC를 도입했다. 당시 이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인물이 오영교 사장(현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특히 코트라는 국내 기업 최초로 BSC에 CRM시스템(고객관계관리)을 연계, 운영한 게 특징이다. 김윤태 코트라 경영혁신팀 차장은 “BSC를 처음 도입할 때 가장 중점을 뒀던 사항은 무형의 서비스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이었다”며 “이를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만족도를 체크하고자 CRM과 연계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CRM을 관세청과 연결해 수출 실적이 바로 보고되도록 했다. 그리고 코트라는 관세청으로부터 이에 관한 자료를 받아 구성원의 성과를 평가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100개 이상의 해외무역관에 대해서도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보상에 반영했다. 코트라는 BSC 도입 이후 사업의 질적·양적 모든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2004년 최우수경영평가기관, 고객만족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는 BSC 명예의 전당상을 수상했다. 또 공기업 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돼 정부 부처의 벤치마킹 모델이기도 하다. 현재 코트라는 홍기화 사장 중심으로 BSC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 KT, 3년 만에 순이익 5배 증가 ■ KT는 지난 2003년 아시아 기업 중에선 최초로 명예의 전당상을 수상한 기업이다. KT 역시 변화의 필요성에 의해 BSC를 도입했다. 지난 98년 무렵, 인터넷과 무선사업의 발달로 유선전화 시장이 감소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던 것. 당시 ‘21세기를 향한 사이버월드리더’를 비전으로 내세운 KT는 새로운 경영관리, 특히 비전과 전략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툴을 도입한다. 이경 KT 전략기획실 과장은 “그때까지 KT는 모니터링 기능이 매우 취약해서 새로 선포된 비전 및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이 강화된 툴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KT는 당시 일부 임원만 극비 보고서를 통해 비전과 전략을 공유해 조직별 성과와 회사 목표 및 전략 간 일치성이 부족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당시 이용경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은 BSC를 도입했다. KT는 이를 전사적 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해 무엇보다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을 적극 활용했다.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것은 결국 리더이기 때문이다. 또 구성원들에게 전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시키기 위해 스트래티지 맵(Strategy Map)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기업의 비전 달성을 위해 전략목표의 인과관계를 나타낸 지도. BSC가 정착되자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99년 3억2000만달러였던 순이익이 3년 만에 15억8000만달러로 5배나 급증했다. 동시에 KT는 유선전화 사업에서 인터넷접속서비스를 포함하는 정보통신종합사업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메가패스는 3년 만에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했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51%(2005년 기준)를 점유하고 있다. KT는 BSC를 향후 전략 및 예산 수립 프로세스와 통합시키고 인적자원 개발, 관리시스템과 연계시킬 계획이다. 　 【 BSC 성공과 실패의 조건 】 ◆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 1.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과 참여는 필수. 2. 핵심평가지표와 수치로 나타나는 객관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의사소통하라. 3. 조직구조 변경과 함께 운영모델을 개선해야 한다. 4. 지속적인 학습체계를 구축하라. 5. 사고와 신념체계 변화보다 행동 변화에 집중하라. ◆ 실패하는 기업의 조건 1. BSC가 하급 관리자 중심으로 운영??심성과지표 도입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 잠깐용어·BSC 명예의 전당：로버트 카플란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노턴 박사가 설립한 BSCol이 지난 2000년부터 BSC를 도입한 기관을 대상으로 우수한 모범 사례에 대해 상을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 그 동안 캐논, BMW,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