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
연 날려서 환경 지키는 공동체 과학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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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문정철 2014.11.14 09:47 | 조회수 2463 1 | ||||
연 날려서 환경 지키는 공동체 과학의 힘간단한 기술과 적은 비용만으로 지역문제 해결사 나서는 시민 늘어나
미국의 환경 관련 규제는 심각한 기능장애에 빠졌다. 얼마나 심각한지 미 환경 당국의 고위 관료가 익명으로 “우리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시민들의 고소가 필요하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만약 정말 고소한다고 해보자. 동네 발전소가 아이의 천식을 유발했는지, 화학공장이 강에 유독성 물질을 불법으로 버리는지 어떻게 증명할까?
보너와 그 친구들은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가이거 계수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가이거 계수기 수요가 급등하면서 물량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고작 10개를 사는 데 그쳤다. 휴대용으로 만들지 않는 한 일본 전역을 측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였다. 그래서 그들은 그 기계를 휴대용으로 만들었다. 보너의 팀은 계수기를 랩탑 컴퓨터와 위치추적장치에 부착하고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이 실험용 기기가 잘 작동하자 그들은 보다 저렴하고 정확하며 소스가 공개된 자신들의 기기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세이프캐스트는 대학, 연구자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가이거 계수기 제조업체 IMI인터네셔널메드컴의 CEO 댄 사이드도 그중 하나였다. 이들은 25달러짜리 제어용 기판 아두이노를 이용해 도시락 상자 만한 크기의 초기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이 모델은 세이프 캐스트의 대표 상품인 b가이기 가이거 계수기가 된다. 아두이노는 2005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디자인경연대회에 디자인과 학생 두 명이 처음 내놓은 오픈 소스 전자기판이다. 센서를 부착해서 정보를 입력하고 가정용 컴퓨터를 통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비교적 단순한 기기다. 자신만의 로봇을 꿈꿔본 적이 있거나 알람시계가 잠을 확실하게 깨워주길 바란다면, 그리고 자신만의 가이거 계수기를 개발하고 싶다면 아두이노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다. 아두이노는 저작물 사용 조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정한 동일아두이노 기판을 개조해서 시중에 내놓아도 된다는 의미다. 덕분에 b가이기는 시제품부터 최신판 b가이기나노까지 빠른 변화를 거쳤다. b가이기와 b가이기나노는 실시간으로 각 지역 방사선량을 기록하고 중계??널메드컴 웹사이트와 아마존에서 450달러에 판매된다. 이 가격 중 75달러는 제조사 세이프 캐스트에 돌아가는 기부금이다. 아니면 세이프 캐스트 웹사이트에서 세부적인 디자인을 다운받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보너는 이 기기가 2500달러 이하로 판매되는 그 어떤 기기보다 성능이 뛰어나며 1만 5000달러짜리 기기 못지않은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난 뒤 세이프 캐스트는 검사장비를 소지품 수집이 허가된 오염지역 주민들에게 보냈다.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곳에도 방사선량이 낮은 지역이 있고, 위험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보너는 말했다. 세이프캐스트가 자료를 발표한 지 1주일 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약 4달이 지나서야 일본 정부는 사고보고서를 발표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미국이 방사선 측정 헬기를 띄워 방사선의 이동 경로를 파악했던 것이 밝혀졌다. 이 경로는 세이프캐스트가 밝혀낸 것과 동일했지만 일본 정부는 세이프캐스트가 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그 전에 공개된 공식 방사선 지도는 잘못된 정보였다. “일본 정부가 어떤 의도였을지는 추측할 길이 없다”고 보너는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정보를 몇 달 전부터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침묵하고 있었다. 우리가 발표한 뒤에야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피난구역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도시과학운동은 가능한 한 단순한 기술과 낮은 비용을 요한다. “연은 재미있지만 무인항공기는 소름끼친다”고 유스티스는 말했다. “다른 사람의 사유지를 촬영하고 싶다면 위를 올려다봐야 한다. 줄을 눈으로 좇아서 누가 풍선을 쓰고 있는지 보라.” 고와너스운하보호협회의 에드먼드 디겔은 말했다. 그는 폭풍으로 인해 땅속에 잠겨 가정집 지하실로 스며드는 지하 물줄기를 찾아내기 위해 풍선을 활용했다. 일단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고 나자 바로잡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무지개색 연이나 풍선 같이 유쾌한 도구를 사용하는 건 심리학적 이점이 있다”고 디겔은 말했다. “내가 CIA처럼 무인항공기를 사용했더라면 아마 돌을 맞았을 거다.” 인터뉴스 지구저널리즘네트워크의 프로젝트관리자 윌리 슈버트는 2014년 1월 자카르타에서 홍수가 났을 때 연을 활용해 현황을 파악하던 기억을 돌이켰다. “모두가 집 밖에 나와 물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연에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장착해 날렸다. 수많은 사람이 응원을 보냈다.” 슈버트는 말했다. “아무도 미심쩍게 여기지 않았다. 모두가 홍수로 우울하고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다. 연은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즐거움을 줬다.” 더 재미있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덜 엄격한 것은 아니다. 매튜 슈로이어는 55달러짜리 기기 더스트두이노를 개발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한하는 아두이노 기반 기기로 영아 사망의 주요 요인인 공기 중 부유물질을 측정한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자들이 올해 초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슈로이어의 기기는 지역 공기질측정위원회가 사용하는 BAM-1020과 같은 정확성을 보였다. 가격이 무려 수 만 달러에 달하는 기기다. 투명성을 향한 신념과 모든 것을 오픈 소스로 만들겠다는 집념은 이 운동의 또 다른 특징이다. 좋은 정보가 부족한 탓에 가려져 있던 재앙에 빛을 비추겠다는 욕구에서 비롯된 운동이다. 예를 들면 퍼블릭랩은 2010년 BP의 멕시코만 석유유출사고 중에 가시화됐던 항공편 제한에 대응하면서 성장했다. 당시 항공편 제한은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환경변호사들이 유출 사진을 촬영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직접 유출현황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런 장해를 극복?단의 일원인 유스티스는 환경운동이 마무리되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환경고발보고서 검토가 끝나면 미시시피만 연안의 지도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송은 현재 루이지애나주 동부지검에서 진행 중이다. UBTD 시설에서 방출된 부산물이 강을 오염시키는 데 그쳤는지, 아니면 보다 더 큰 환경문제를 야기했는지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설전을 벌인다. “과학은 공동체와 연결돼야 한다”고 유스티스는 말했다. “산업의 영향을 직접 받는 공동체는 관찰한 것을 효과적으로 주고받을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연구를 위해 과학자를 고용할 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거라곤 주말과 싸구려 카메라, 그리고 연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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