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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화재

글쓴이 문정철 작성일 2014.10.31 11:17 조회수 2494 추천 1

건물화재 고층 빌딩에서 살고 일하는, 당신을 위협한다

 

“얼마 못 버틸 겁니다. 빌딩을 지지하는 철근이 이미 열을 받아 휘어지기 시작했어요. 곧 건물 전체가 붕괴할 겁니다.” 일촉즉발 상황.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 중간에 화재가 났다. 최근 개봉한 재난 영화 ‘타워’의 한 장면이다. 화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긴급 투입된 소방관들은 발화 지점에 접근, 안간힘을 써보지만 속수무책이다. 순간 무전으로 들려오는 지휘본부의 음성. ‘얼마 지나지 않아 빌딩이 옆으로 무너진다, 시간이 없다.’ 정말로 일부 층에 화재가 난 것만으로 초고층 빌딩이 짧은 시간 안에 무너질 수 있는 걸까.

 

고층빌딩의 대화재를 묘사한 영화 [타워]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소방관의 기도’에 나오는 일부 구절이다. 2012년에만 순직한 소방관은 8명. 지난 2013년 1월 3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소방서에서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이 진행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영결식은 화재를 비롯한 재난 재해에 다소 안일한 우리 사회와 척박한 소방관 근무 환경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건물에 불이 나면 당연히 위험하다. 서둘러 대피하고 소화기가 있으면 초기 진화를 시도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화재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소방관도 목숨을 잃을 정도로 더 위험해졌다.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더 위험해졌을까. 우리 집은 화재에 안전할까.

 

화재 인명사고는 ‘진짜’ 인재(人災)다

하나만 우선 짚고 넘어가자. 자연재해나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단골 키워드는 ‘인재(人災)’다. 충분히 미리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만시지탄’을 빗댄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1년 여름 집중폭우로 일어난 우면산 산사태도 인재였다.

화재는 전기 누전이나 합선, 부주의로 인한 가연성 물질 발화, 방화 등 원인이 다양하다. 건조한 겨울이나 이른 봄에 화재가 자주 일어나지만 화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화재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화재는 달리 봐야 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역시 ‘인재’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축물을 지을 때 보통 건축법과 소방법을 따르지만 건축 전문가와 소방방재 전문가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며 “공간을 보다 상업적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건물주의 욕심이 인명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600~1800년대까지는 고층 빌딩도 없었고 목재와 같은 자연친화적인 물질로 건축을 했다. 당시에는 도시에서 ‘수평화재’가 문제였다. 한 곳에 불이 나면 삽시간에 다른 건물로 퍼졌기 때문이다. 1871년 일어난 ‘시카고 대화재’가 그런 경우다.

 

 

1871년 미국 시카고 대화재를 묘사한 그림. 당시 화재는 수평화재였다. 한 곳에 불이 나면 가연성 물질로 지어진 다른 건축물에 순식간에 옮겨붙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John R. Chapin작>

 

 

최근에는 건축물이 현대화되면서 고층 건물이 많아졌고 대형화, 복합화, 미로화됐다. 옆 건물로 불이 번지는 수평화재와 달리 수직화재가 늘어나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방방재 공학이 생겨났다. 건축물을 지을 때 소방방재학적으로 ‘수동적(패시브)’ 화재 보호 방식과 ‘능동적(액티브)’ 방식이 있다. 수동적 방식은 방화문이나 방화 셔터, 층간 방화구획, 건물 내 배관·전선용 구멍을 메우는 방화 재료를 갖추는 것이다. 능동적 방식은 화재를 감지하고 끄는 센서나 스프링클러, 소화기 등을 말한다(영화 [타워]에서는 초기 발화시 빌딩 외벽에 위치한 스프링클러 연결관이 추위에 얼어붙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문제는 수동적 방식은 건축법 소관, 능동적 방식은 소방법 소관이라는 데 있다. 건축법과 소방법이 균형을 이뤄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안전에 대한 최소 기준만을 교묘히 충족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다. 수직화재가 일반화되면서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은 정말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한번쯤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창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전체 건축 예산에서 소방법을 따르기 위해 이용하는 예산이 5~15%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건축 설계 단계부터 소방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5월 34명의 사상자(9명 사망)를 낸 부산 서면 노래주점 화재 사건이다. 내부구조가 미로 같고 통유리 외벽으로 인한 폐쇄형 빌딩이었다. 특히 분산 배치돼야 할 주출입구와 비상구를 한 쪽으로 몰아서 배치해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참사를 당하는 원인이 됐다.

 

 

2012년 5월 부산 서면의 노래주점 화재 현장감식 장면.

 

소방관도 당황하는 일산화탄소의 정체

흔히 생각한다. 불이 나면 ‘불이야’를 외쳐 주위에 알리고, 끌 수 있다면 끄고, 걷잡을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바로 대피하면 될 텐데 왜 인명 피해가 생길까라는 의문이다. 그러나 화재 현장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가스다. 시커먼 연기가 순간 솟아오르면 물체나 위치를 식별하기 어려워진다. 복도나 통로가 좁다면 더욱 위협적이다. 불에 잘 타지 않는 콘크리트나 돌 등으로 만들어진 현대 건축물에서 불이 나면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고분자 단열재에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만들 때 외벽과 내벽에 단열재를 붙인다. 예전에는 동굴처럼 열을 머금고 있는 ‘동굴 효과’를 내는 단열재가 없었다. 그나마 건물 벽돌을 쌓을 때 벽돌과 벽돌 사이에 스티로폼을 끼워 단열 효과를 냈다. 최근에는 폴리우레탄, 폴리스타이렌과 같은 고분자화합물을 벽에 통째로 바른다.

폴리스타이렌은 스타이렌 ‘단량체(고분자화합물 구성 기본 단위가 되는 분자량이 작은 물질)’가 체인처럼 이어지는 고분자화합물이다. 분자량이 1만~2만g/몰에 달한다. 일단 불이 나 단열재에 불이 번지면 단열재도 탄다. 불에 탄다는 것은 산소와 결합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실내에서는 산소량이 제한적이다. 가연성 물질이 타기 시작하면 산소는 더 희박해진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열재에 불이 붙으면 단열재는 불완전연소 반응을 일으킨다.

불완전연소 반응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 바로 시커먼 연기와 동반하는 일산화탄소다. 완전연소를 하면 일산화탄소가 아닌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 들어갈 때 산소 마스크를 쓰는 것도, 현장에 갇힌 사람들이 질식하는 것도 산소가 부족하고 불완전연소로 생긴 독성가스 일산화탄소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소 마스크를 갖추고 움직이는 소방관들도 안타까운 희생을 당하는 이유가 뭘까. 이창우 교수는 “소방관들은 일상적으로 관할 구역을 돌면서 화재 위험 여부를 살피고 건물 구조를 파악하는데도 순간적으로 치솟는 일산화탄소가 포함된 연기는 시야를 가리고 당황하게 만든다”며 “복잡화, 고층화, 대형화된 건물 화재 현장은 안개 속에서 미로를 찾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단열재 등이 불완전연소했을 때 나오는 검은 연기는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과 소방관들의 시야를 순식간에 가려 정상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화재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되는 주요 요인이다.

 

초고층 빌딩, 붕괴가 더 위험

초고층 쌍둥이 빌딩의 화재 참사를 다룬 영화 ‘타워’에서는 화염이 없는 층으로 사람들이 대피한다. 화염을 피해 잠시 대피한 후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또다른 시련이 닥친다.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내벽과 바닥은 극적 긴장감을 더욱 끌어낸다. 초고층 빌딩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더 위험해질까.

초고층일수록 화재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건물을 빠져나가 지상으로 대피하는 경로가 길어지고 엘리베이터가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고층 빌딩을 설계할 때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까.

일반적으로 층간 불연화 구역을 만든다. 엘리베이터도 구획화한다. 저층용, 고층용 엘리베이터로 나눠 중간에 화재가 나더라도 지상으로 또는 건물 꼭대기를 통해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그런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립되면 영화 ‘타워’에서처럼 건물 붕괴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건물은 왜 무너지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앞서 언급한 층간 불연화 구역을 만들 때 불연 재료를 쓴다. 돌이나 흙, 시멘트, 콘크리트, 철재 등이다. 특히 건물을 지탱하는 골격으로 사용하는 철재는 불에 타지는 않지만 열을 받으면 휜다. 골격인 철재가 휘면 하중을 견디지 못해 건물이 무너지는 것이다.

때문에 철재에는 내화재를 덮는다. 철재에 전달되는 열을 차단하는 역할이다. 내화재는 고온의 연소 가스나 산화 작용에도 견딜 수 있는 재료로 점토질이나 고알루미나질, 크롬질 등이 주로 쓰인다. 열을 흡수하고 부풀어올라 스스로 탄소화되며 열이 철재로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내화재가 열을 차단하는 시간은 한계가 있다. 보통 약 1시간 가량 열을 차단한다. 내화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철재에 열이 전달되고 휘기 시작하며 서서히 무너져 내려 한순간에 건물 전체가 넘어질 수도 있다.

 

 

2010년 발생한 부산 해운대 인근 우신골든스위트 건물에 난 화재다. 초고층 빌딩은 화재에 대한 안전성 설계를 하지만 철근의 내화재가 손상을 입으면 건물 전체가 무너지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거의 꼭대기까지 불이 옮겨붙은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집은 화재에 안전할까

여기까지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라면 한번 우리 집을 찬찬히 둘러보자. 혹시 전기합선이 일어날 만한 곳은 없는지, 가스레인지 주변에 불에 잘붙는 물질은 없는지, 파악하기 쉽진 않겠지만 대피할 수 있는 경로와 공간은 충분한지 등등. 그런데 일상적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데서 불이 나는 경우가 있다.

우선 가전제품 전원 코드를 꽂은 상태에서 가전기기 전원만 끄면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원을 오프(off) 시켰다고 전류가 흐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특성상 항상 대기전력이 흐른다. 흐르던 대기전력이 누전이나 전기 단락을 일으켜 불이 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수렴화재’도 눈여겨봐야 한다. 어렸을 적 볼록렌즈에 햇빛 초점을 맞춰 종이에 불이 나게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오목렌즈도 불이 나게 할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볼록렌즈는 빛을 굴절시켜 모아주지만 오목렌즈는 빛을 모아 반사한다. 집안에서는 아파트 베란다에 세탁기가 있는 경우 빨래를 모으는 스테인리스 그릇이 오목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 집 안에서 볼록렌즈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조그만 둥근 어항이다. 베란다를 통해 거실로 들어오는 햇빛이 모아져 우연히 불에 잘 타는 물질에 초점이 맞으면 발화할 수 있다. 음료수가 들어 있는 페트병을 베란다에 보관할 경우에도 수렴화재가 일어날수 있다.

 

유류 화재 중 식용유 화재는 낯설지만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유류 중 시너(신나), 휘발유는 바로 불이 붙어서 흔히 조심하는 편이지만 식용유에도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식용유는 약 320~340℃까지는 불이 안 붙지만 이 이상을 넘어가면 불이 붙는데 한번 붙은 불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물을 뿌리면 더 튀고 분말소화기 구할 수 있는 베이킹파우더를 뿌리면 된다. 탄산수소나트륨으로 만들어진 베이킹파우더가 카르복실기(COOH)를 지닌 식용유와 만나 비누화 반응을 일으켜 점성의 액체가 만들어져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는 재난이다. 사람의 욕심 때문에, 또는 부주의 때문에 생기는 인명 피해는 더 큰 재난이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소방관도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 당신이 있는 곳에 불이 난다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출처 :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0&contents_id=22655&leafId=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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